(사진출처 : mbc뉴스, [탐정M] '버닝썬 게이트'의 시작 <2> 마약이 영업비결?)
여러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2018년 ‘버닝썬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버닝썬 사건은 마약이 우리 사회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왔다는 점에 대해 경각심을 준 사건입니다.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에서 단순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데이트 강간 약물로 불리는 물뽕(GHB)을 이용한 다수의 성범죄 사례가 발견되며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물뽕 피해를 당한 피해자 A씨는 “지인과 함께 버닝썬에 갔고, 한 태국 남성이 건넨 위스키를 받아서 마셨다. 놀 때부터 무언가 담겨있는 생수병을 들고 있더라. 물 같지는 않았고, 술이라고 하기에는 묽은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잃었다.”라고 전했습니다.
A씨가 눈을 뜬 곳은 호텔 객실이었습니다.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약물에 대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CCTV에는 A씨가 아무런 저항 없이 호텔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이 촬영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경찰은 태국 남성을 무혐의 처리한 뒤, 그를 본국인 태국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가온로의 12월 뉴스레터 주제는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입니다. 약물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 예방법을 소개하고자 (1) 약물 성범죄의 정의 및 현황 (2) 약물 성범죄에 쓰이는 약물의 종류와 증상 (3) 약물 성범죄의 처벌 (4) 약물 성범죄의 예방 방법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럼 가온로와 함께 약물 성범죄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알아보러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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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news1뉴스, "10분뒤 정신잃어" 클럽 성범죄에 악용…'물뽕'이 뭐길래?)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란? 타인의 인지력을 상실시키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약물을 먹인 뒤 저지르는 성폭력 범죄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성범죄에 주로 악용되는 약물을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로 별도 지정해 특별 관리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데이트 강간 약물을 별도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 전체적인 약물 이용 성범죄 발생 건수도 파악하지 않습니다. 신종 마약의 적발량을 토대로 규모와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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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경제, 버닝썬 사건 2년 흘렀지만…'약물 의심 성범죄' 1,500건 달한다)
위 자료는 최근 5년간 성범죄 피해자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약물 검사를 의뢰한 건수입니다.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에 대해 감정을 실시한 결과 △2016년 1,047건 △2017년 1,235건 △2018년 1,434건 △2019년 1,884건으로 증가하다가 △2020년 1,474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2019년에 비해선 줄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클럽 등 유흥시설 이용이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감소세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렇듯 검출이 잘되지 않는 약물의 특성을 악용한 성범죄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성범죄에 이용된 약물은 보통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증거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성범죄 피해자가 국과수에 의뢰했던 8,795건의 약물 검사 가운데 물뽕(GHB)이 검출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합니다. 경찰 측 관계자는 피해자가 경찰을 찾아오기까지 평균 3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약물 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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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뉴스레빗, ① 버닝썬 사태의 불씨 '물뽕'…한국 마약범죄 76% 이미 '향정')
마약으로 잘 알려져 있는 대마, 아편, 양귀비 등은 천연마약으로 원재료를 직접 재배하거나 외국에서 수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몰래 제조하는 경우, 원재료 반입 단계에서 적발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신종 마약’으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은 다릅니다. 인공재료로 직접 제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 방법에 따라 수만 가지의 향정신성의약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본적인 화학 지식만 있으면 소화제나 감기약 등을 재처리해 ‘신종 마약’을 가정집에서 제조할 수 있습니다. 버닝썬 사태의 핵심인 ‘물뽕’ 역시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 GHB(속칭 물뽕)
무색, 무취의 신종 마약으로, 액체에 타서 마신다는 이유로 ‘물 같은 히로뽕’ 줄여서 ‘물뽕’으로 많이 불린다. GHB는 복용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취한 듯한 상태가 되면서 몸이 이완된다. 또 알코올에 타서 먹으면 효과가 급속히 나타나 의식을 잃을 수 있다. 과다 복용 시에는 뇌사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GHB는 최대 24시간이면 인체를 빠져나가기 때문에 검사를 통한 사후 추적이 불가능하다.
🔎 케타민(Ketamine)
케타민은 동물에게 사용되는 해리성 마취제이다. 케타민은 흥분, 환각 등의 향정신성 작용이 있어서 국내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어 관리된다. 경구 복용이나 코로 흡입하면 10~15분 사이에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약 1시간 정도 지속된다. 케타민을 복용하면 유체 이탈을 연상케 하는 해리 증상을 느끼게 하고, 고통이나 전반적 느낌을 감소시킨다.
🔎 엑스터시(MDMA)
신종마약인 엑스터시는 성적 충동을 느끼게 하고,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기분전환용의 강한 환각제이다. 엑스터시는 전 세계적으로 클럽이나 파티에서 널리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엑스터시는 30분~1시간 내에 효과가 나타나고, 4~6시간 정도 지속된다. 신체 변화로는 투여 후 20~60분이 경과하면 입이 마르고 동공이 확대되면서 극적인 흥분 상태를 경험한다.
이런 약물은 복용량 및 알코올과의 병용투여 등에 따라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알코올은 약물의 효과를 더욱 증가시켜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약물을 사용하면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으로는 현기증, 어눌한 발음, 운동기능 손상, 구토, 극심한 졸림, 호흡 곤란 등이 있습니다. 또 약물 성범죄에 악용되는 약물은 기억 상실을 일으키기 때문에 성범죄 피해를 입었는지 그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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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는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에 해당합니다.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으니 준강간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약물을 투여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강간죄에서의 ‘폭행’에 해당하므로 사건 당시의 피해자 상태가 증명되지 않더라도 강간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가해자는 형법 제297조 규정에 따라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약물로 인해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빠졌다면, 이는 ‘상해’에 해당합니다. 대법원의 2000.2.25. 선고 99도4305 판결에 따르면, 상해란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약물의 영향으로 피해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면 강간상해죄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 대법원은 2017.6.29. 선고 2017도3196 판결에서 수면제와 같은 약물을 투약하여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하여 강간한 경우, 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상해의 고의 여부에 따라 강간상해죄와 강간치상죄가 구분되지만, 두 범죄 모두 법정형이 동일하기 때문에 가해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항거불능 상태를 유도하여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라 하더라도, 그 수단이 알코올이었던 경우와 마약이었던 경우는 취급이 다릅니다. 알코올을 먹이고 강간한 경우, 범죄는 당연히 성립합니다. 그러나 알코올을 취급한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벌도 할 수 없습니다. 반면, 약물 성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물뽕(GHB) 등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는 명백한 마약으로 취급 자체가 불법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입니다. 마약류관리법은 향정신성의약품의 불법적인 소지, 사용, 투약 등의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약물 사용에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약물 성범죄는 폭행으로 간주해 ‘강간죄’를 적용하거나, 신체의 생리적 기능 훼손에 의한 ‘강간상해’로 판단할 뿐입니다. 간혹 피해자가 완전히 심신상실 상태에 이르지 않을 것에 대비해 상황을 녹화한 경우에는 강간이 아닌 동의에 의한 성행위로 보는 어이없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약물 성범죄는 특수강간 상해 형량이 내려져야 하며, 관련된 특례법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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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메디게이트뉴스, 마약 피해 최소화하려면 예방이 최선…"타인이 주는 음료나 술을 마시지 마세요")
성범죄에 악용되는 약물은 복용을 했을 때, 부작용 등 그 피해가 심각합니다. 또 인체에서 금방 분해돼 검출이 어려운 특성이 있어 증거 부족 등으로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피해 예방이 중요합니다.
🚨 약물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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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준 음료는 가능하면 마시지 말고, 본인이 직접 음료수를 개봉하는 것이 좋다.
- 화장실을 가거나 자리를 비울 때는 음료를 들고 다녀야 한다.
- 이상한 맛 또는 냄새가 나거나, 잔 밑에 잔여물이 남아있다면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취한 느낌이 들거나, 평소보다 알코올의 효과가 강하게 느껴지면 즉시 도움을 청해야 한다.
- 인원이 많을수록 안전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다.
- 누군가 당신에게 약물을 먹였다고 생각되면, 경찰(112)에 전화하거나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이때 신속한 검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약물을 복용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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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사건'을 통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악물 성범죄'는 tvN <알쓸범잡2>를 통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참고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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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로의 12월🎄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약물 성범죄의 피해자들은 크나큰 상처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기억이 상실된 동안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에 공포와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앓기도 합니다.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는 타인을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동의 없이 몰래 약물을 투입하는 행위는 약물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현실화됐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불법행위입니다.
우리나라는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가 매년 더 많이 적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약물 성범죄의 처벌 규정과 약물의 적발 역량은 모두 미흡한 실정입니다. 하루빨리 약물 성범죄를 입증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우리의 법과 제도가 정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가온로의 뉴스레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은 가온로의 이메일 혹은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부탁드립니다. 🙏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입니다. 모두들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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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 by 법무부 저스티스 서포터스 가온로 최서진
@gaonlaw_juc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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